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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축 vs 황축, 키보드 색이 다른 이유기계식 키보드 스위치의 유래와 발명 이야기

writeguri5 2025. 11. 4.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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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의 클릭, 색으로 구분된 세계

하얀 키보드 위에 박힌 작은 사각형들.
하지만 진짜 차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내부에 있다.
우리가 ‘청축’, ‘황축’, ‘적축’, ‘갈축’이라고 부르는 이름은 기계식 스위치의 색상과 구조적 특징을 가리킨다.

 

키 하나를 누를 때 ‘찰칵’ 하고 울리는 소리, 또는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감각은 단순한 취향 차이가 아니다.
그 속엔 공학, 인체공학, 그리고 타건감의 예술이 숨어 있다.

 

청축과 황축은 각각 서로 다른 압력, 반발력, 그리고 클릭 방식으로 구분된다.
이 두 축의 차이는 키보드 역사의 진화 과정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


기계식 키보드의 탄생 – 타자기에서 컴퓨터로

기계식 키보드의 뿌리는 1880년대 타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타자기의 메커니즘은 기계적인 연결을 통해 활자를 종이에 찍는 방식이었다.
이 구조가 20세기 중반, 컴퓨터 입력장치의 시초로 진화하게 된다.

 

1950~60년대 IBM은 타자기 기술을 발전시켜 ‘버클링 스프링(buckling spring)’ 구조를 개발했다.
스프링이 눌릴 때 ‘딸깍’ 소리가 나며 확실한 피드백을 주는 이 구조는
현대 기계식 키보드의 정신적 원형이 되었다.

 

이후 1980년대 초, 독일의 체리(Cherry GmbH) 회사가
더 작고 내구성 높은 스위치를 고안했다.


그것이 바로 Cherry MX 시리즈,
즉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청축, 적축, 갈축, 흑축, 황축의 조상이다.


체리 MX 스위치 – 색으로 구분된 감각의 언어

Cherry는 1983년 세계 최초로 모듈형 스위치를 발표했다.
각각의 스위치에 색을 부여해, 타건 특성을 한눈에 구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 청축(Blue) : 클릭 소리와 확실한 구분감이 특징
  • 갈축(Brown) : 약한 구분감, 소리는 적지만 손맛이 있음
  • 적축(Red) : 선형, 부드럽고 소음이 적음
  • 흑축(Black) : 적축보다 무겁고 반발력이 강함
  • 황축(Yellow) : 적축과 유사하지만 스프링 압력이 다르고 반응속도 빠름

이처럼 색상은 단순한 디자인 구분이 아니라,
기계적 특성과 타건 감도(Force Curve) 를 시각적으로 표시한 체계였다.

 

즉, 색은 기능의 언어다.
청축은 “소리와 감각으로”, 황축은 “속도와 부드러움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청축 – 손끝에서 울리는 클릭의 쾌감

청축(Blue Switch)은 ‘클릭 스위치(clicky switch)’의 대표격이다.
눌렀을 때 ‘딸깍’ 하는 확실한 소리와 반발감을 제공한다.

 

이 소리는 내부에 있는 클릭 재질의 돌기와 스프링의 순간적 변형에서 나온다.
손끝으로는 미세한 저항감이 느껴지고, 그다음 순간 “탁” 하고 풀리며 반동이 전해진다.

덕분에 타자감이 명확하고 오타율이 줄어든다.


이 때문에 프로그래머, 작가, 타이피스트들에게 인기가 높다.

그러나 소음이 커서 사무실이나 도서관 같은 조용한 공간에서는
‘민폐 축’이라 불리기도 한다.

 

 

청축의 특징 요약

  • 작동 압력: 약 50~60g
  • 구분감: 뚜렷함
  • 클릭 소리: 있음
  • 타건감: 확실하고 경쾌함
  • 대표 브랜드: Cherry MX Blue, Kailh Blue, Outemu Blue

청축은 ‘손끝으로 타자를 연주하는 느낌’을 준다.
그 특유의 소리는 타이핑이 아닌 리듬의 행위로 변한다.


황축 – 부드러움과 속도의 균형

황축(Yellow Switch)은 최근 몇 년 사이 떠오른 신예 스위치다.
Cherry 정식 라인업에는 없었지만,
Gateron·Akko·Kailh 등 여러 제조사가 ‘속도형 축’으로 독립시켰다.

 

황축은 청축의 클릭 소리 대신, 부드럽고 빠른 선형(Linear) 작동감을 가진다.
적축보다 약간 무겁지만 반응속도는 더 빠르고 안정적이다.

 

게이머들은 이를 “게임용 축”이라 부른다.
빠른 반응과 짧은 키 스트로크로 정확한 입력과 빠른 복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황축의 특징 요약

  • 작동 압력: 약 45~55g
  • 구분감: 없음 (선형)
  • 클릭 소리: 거의 없음
  • 타건감: 부드럽고 조용함
  • 대표 브랜드: Gateron Yellow, Akko CS Yellow, Kailh Speed Yellow

황축은 ‘손의 속도’를 위해 만들어진 축이다.
청축이 타이핑의 음악이라면, 황축은 조용한 전투의 리듬이다.


왜 색이 다를까? – 색의 공학적 의미

스위치의 색은 단지 ‘구분용’이 아니다.
각 색상은 스프링 압력, 구조, 클릭 메커니즘, 피드백 방식을 구분하기 위한
일종의 ‘표준 규격’이다.

 

체리는 각 스위치를 생산할 때, 내부 금속 리프(leaf)나 플라스틱 돌기의 형태를 미세하게 다르게 설계했다.
이 때문에 축의 색을 통해 공장 출고 시 작동 특성 곡선(force curve) 이 구분된다.

 

예를 들어 청축은 클릭 리프를 추가하여 ‘두 번의 저항점’을 만든다.
반면 황축은 이 구조를 제거해, 매끄럽게 눌리는 단일 곡선을 완성했다.

 

 

즉, 색은 기능을 시각화한 ‘공학적 신호’다.
이 구분 덕분에 소비자는 색만 보고도 손의 감각을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기계식 스위치의 발전사 – 소리에서 속도로

초기 키보드는 ‘타자기 감성’을 재현하는 데 집중했다.
그래서 클릭감이 강한 청축형이 주류였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게이밍 산업의 부상과 함께
“조용하고 빠른 스위치”가 필요해졌다.
이때 등장한 것이 적축과 황축 계열이다.

 

적축은 부드럽고 조용한 타건으로 사무환경에 적합했고,
황축은 이를 한층 개선해 반응속도와 내구성을 강화했다.

 

즉, 기계식 키보드는
‘청각 중심의 타이핑 기기’에서
‘감각 중심의 입력 도구’로 진화한 것이다.


손끝의 물리학 – 키압과 반발력

타건감은 단순한 취향 문제가 아니다.
스위치 내부에서 벌어지는 미세한 물리 현상의 결과다.

키압(Actuation Force) 은 스프링의 탄성계수와 관련 있다.

 

키를 누를 때 50g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은,
스프링이 50그램 무게의 저항을 준다는 뜻이다.

이 힘이 너무 약하면 오타가 늘어나고,
너무 강하면 손가락 피로도가 증가한다.

또한 반발력은 복귀 속도와 연관된다.

 

청축은 클릭 구조로 인해 반발이 순간적으로 튀어오르며 ‘찰칵’ 소리를 내고,
황축은 일정한 힘으로 부드럽게 돌아온다.

 

 

결국, 각 축은 감각적 쾌감과 피로의 균형점을 찾아 설계된 결과물이다.


스위치 제조사들의 차이

오늘날 기계식 스위치는 체리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다양한 제조사들이 색상과 감도를 세분화하며 독자 생태계를 구축했다.

  • Cherry (독일) : 원조 브랜드, 내구성·품질 표준
  • Gateron (중국) : 부드러운 타건감과 저렴한 가격
  • Kailh (중국) : 다양한 특수축 (Speed, Box 등)
  • Akko (대만) : 감성형 컬러 축과 균형 잡힌 피드백

각 제조사는 체리의 기본 구조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색상체계를 만들어냈다.

 

예를 들어, Gateron의 황축은 Cherry 적축보다 더 부드럽고 조용하다.

즉, ‘청축 vs 황축’이라는 단어는
이제 단일 회사의 명칭이 아니라, 하나의 감각 범주가 되었다.


키보드 유저들의 세계 – 취향의 공학

기계식 키보드 커뮤니티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맞는 축을 찾아 **“축테스트”**를 반복하며
손끝의 감각을 과학적으로 분석한다.

 

누군가는 청축의 ‘찰칵’을 좋아하고,
누군가는 황축의 ‘매끄러움’을 사랑한다.
이건 마치 커피의 산미와 쓴맛처럼, 감각적 취향의 스펙트럼이다.

 

특히 프로그래머나 디자이너들은 장시간 타이핑 시 손 피로를 최소화하기 위해
황축이나 저압 적축으로 갈아타는 경우가 많다.

 

 

즉, 축의 색은 ‘감성의 코드’이자 ‘생산성의 도구’가 된 셈이다.



소리의 미학 – 청축은 왜 음악처럼 들릴까

청축을 좋아하는 이들은 그 소리를 ‘기분 좋은 리듬’이라 말한다.
이는 단순한 기분 문제가 아니다.
인간은 일정한 주기의 반복음을 들을 때 도파민 분비가 촉진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즉, 청축의 일정한 클릭음은 심리적 보상 메커니즘을 자극한다.
한 줄의 코드를 완성하거나 문장을 끝낼 때마다
딸칵, 딸칵 — 완성감이 손끝에서 울린다.

 

그래서 청축은 생산성 향상을 돕는 ‘감각적 피드백 시스템’으로 작동한다.
반면 황축은 청각 대신 손의 미세한 진동으로 피드백을 제공한다.
그 차이는 소리의 존재 방식이다.


기술과 예술의 경계 – 타건감의 철학

기계식 키보드는 단순한 입력장치가 아니다.
청축과 황축은 ‘기술’의 이름으로 불리지만,

그 안에는 인간의 감각, 리듬, 그리고 집중의 미학이 숨어 있다.

기계가 인간의 감각을 고려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키보드는 공학과 예술의 경계선에 선 존재다.

 

누군가는 청축으로 글을 쓰며 ‘리듬’을 얻고,
누군가는 황축으로 게임을 하며 ‘속도’를 얻는다.
어느 쪽이든 그 안에는 손끝의 철학이 있다.



마무리 – 색으로 이어진 손끝의 언어

청축과 황축의 차이는 색의 차이가 아니라, 철학의 차이다.
하나는 존재를 드러내는 클릭의 언어,
다른 하나는 조용히 흐르는 반응의 언어다.

 

우리는 이 작은 색의 차이를 통해
기술이 감각을 얼마나 섬세하게 이해하고 있는지 깨닫는다.

오늘도 누군가는 청축으로 문장을,

 

누군가는 황축으로 전투를 완성한다.
그리고 그 모든 클릭은, 인간과 기계가 대화하는 소리다.


참고문헌

  1. Cherry GmbH Official Technical Data Sheet, MX Switch Series
  2. Gateron Switch Mechanics, Manufacturer Whitepaper (2023)
  3. “Human Factors in Mechanical Keyboard Design”, Journal of HCI,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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